도형 놀이로 배우는 협동심 – 친구들과 하는 수학 보드게임 만들기

수학은 놀이가 될 수 있을까?

수학은 논리와 규칙의 세계입니다. 동시에 창의성과 상상력도 요구되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많은 학생들이 수학을 지루하고 딱딱한 과목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문제 풀이 중심의 방식이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흥미와 창의성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수학을 놀이처럼 접근할 수는 없을까요? 문제를 푸는 대신 문제를 ‘만드는’ 활동, 스스로 규칙을 정하고 친구들과 함께 협력하며 게임을 완성해 나가는 활동을 통해 수학은 지적 모험이자 협동의 장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초등 수학 교육에서 중요한 도형과 수의 규칙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수학 보드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소개합니다. 이 활동은 수학적 개념 이해는 물론, 창의력, 소통 능력, 협동심을 동시에 기를 수 있는 융합형 학습 활동입니다.

1. 보드게임 속에 숨겨진 수학 개념

보드게임은 본질적으로 ‘규칙의 게임’입니다. 순서, 조건, 승패 판단 등 모든 요소가 수학적 사고를 필요로 합니다. 특히 아래와 같은 수학 개념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습니다.

 

(1) 도형의 형태와 공간 감각

말판(보드) 자체가 도형으로 구성되어 있거나, 게임 진행에 따라 다양한 도형을 인식하고 활용해야 하는 구조를 띠게 됩니다. 삼각형, 사각형, 원 등 기본 평면도형뿐만 아니라 정육면체, 원기둥 등의 입체도형도 활용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말판 위의 이동 경로가 정삼각형이나 정사각형으로 연결되어 있다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각 도형의 특징을 인식하게 됩니다. 이는 3~4학년 수학에서 다루는 평면도형의 성질 학습과 직결됩니다.

 

(2) 수의 규칙과 논리적 사고

게임 진행에는 반드시 수의 흐름과 규칙이 존재합니다. 주사위를 던지거나 카드를 뽑아 점수를 누적하는 방식은 모두 수의 연산과 규칙을 기반으로 합니다. 숫자의 증가, 배수나 약수 규칙, 짝수-홀수, 자리 수 비교 등 수학의 다양한 개념이 게임의 구조 속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조건부 이동’이나 ‘특정 수를 넘으면 돌아가기’ 등의 규칙을 도입하면, 조건 판단과 논리적 추론 능력을 함께 키울 수 있습니다.

2. 수학 보드게임 만들기, 보드게임 만드는 방법

학생들이 스스로 수학 보드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젝트형 수업의 단계에 따라 활동을 구성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다음은 실제 수업에 적용할 수 있는 단계별 진행 방법입니다.

 

1단계: 주제 선정 – 어떤 수학을 게임으로 만들까?

먼저 교과서에서 배운 수학 내용을 중심으로 게임의 주제를 정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주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 평면도형의 분류와 특징
• 입체도형의 전개도 맞추기
• 수의 규칙 따라가기 (등차수열, 짝수/홀수, 배수)
• 시계와 시간 계산 게임
• 분수의 크기 비교
• 좌표 이동 게임

주제를 정할 때는 아이들이 평소 흥미 있어 하는 요소를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우주 탐험’, ‘보물찾기’, ‘퍼즐 탈출’ 같은 이야기 요소를 추가하면 몰입도가 높아집니다.

 

2단계: 게임 판과 구성 요소 만들기

게임 말판은 도형을 활용해 직접 그립니다. 정사각형이나 원형 칸을 이어 붙여 말판을 구성하거나, 도형별로 특별한 기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 정삼각형 칸: 숫자 문제를 풀면 한 칸 더 전진
• 원 칸: 쉬는 턴
• 별 모양 칸: 도형 카드를 한 장 뽑아 맞히기
• 색깔에 따라 분수 카드, 도형 카드, 규칙 카드로 구분

게임 구성 요소로는 카드, 주사위, 말 등을 만들 수 있습니다. 카드에는 문제나 도형 이미지, 수학 퀴즈가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직접 문제를 출제하고, 정답을 적으며 수학적 사고를 게임 규칙에 녹여냅니다.

 

3단계: 게임 규칙 만들기

게임 규칙은 수학적 사고력을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단계입니다. 규칙은 복잡하지 않되 논리적이어야 하며, 각 구성 요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해야 합니다.

예시 규칙 구성:

1. 주사위를 굴려 나온 수만큼 말판을 이동한다.
2. 도형 칸에 도착하면 해당 도형의 이름과 특징을 말하거나 문제를 푼다.
3. 정답을 맞히면 점수를 얻고, 틀리면 제자리에 멈춘다.
4. 규칙 카드는 ‘한 턴 쉬기’, ‘도형 바꾸기’, ‘점수 두 배’ 등 특수 효과를 지닌다.
5. 먼저 말판 끝에 도달한 사람이 승리한다.

규칙을 정할 때 친구들과 토론하고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동심과 의사소통 능력이 함께 길러집니다.

3. 수학 보드게임을 통한 학습 효과

직접 수학 보드게임을 만드는 활동은 다음과 같은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1) 수학 개념의 실제 적용

도형, 수의 규칙, 연산 등을 게임의 규칙과 활동에 직접 녹여내면서 추상적인 개념이 구체화됩니다. 예를 들어 “정사각형과 직사각형의 차이”를 문제로 넣기 위해 그 성질을 정확히 정리하고 이해하게 됩니다.

(2) 문제 해결력과 창의력 향상

게임 규칙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어떤 문제를 넣을지, 친구들이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하려면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접근이 모두 필요합니다. 문제 해결 중심 수업과 유사한 사고 흐름이 요구됩니다.

(3) 협동심과 소통 능력 강화

한 명이 모든 것을 만들 수는 없습니다. 말판을 만드는 사람, 문제를 구성하는 사람, 카드 디자인을 담당하는 사람 등 역할을 나누고 협력해야 프로젝트가 완성됩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협동’과 ‘책임감’을 배우게 됩니다.

또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며 규칙을 설명하고, 점수를 계산하고,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소통 능력을 기를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4. 실제 적용 사례: “도형 탐험대” 보드게임 프로젝트

한 초등학교 4학년 학급에서 진행한 ‘도형 탐험대’ 프로젝트 사례를 소개합니다.

• 주제: 평면도형과 입체도형의 구분
• 게임 방식: 도형 모양으로 구성된 섬을 탐험하는 형식
• 구성 요소: 주사위, 말, 도형 카드, 미션 카드
• 도형 카드: 도형의 이름과 성질이 적혀 있으며, 해당 도형 문제를 맞히면 다음 섬으로 이동
• 미션 카드: “직사각형을 설명하시오”, “정육면체의 모서리는 몇 개인가요?” 등의 질문 포함
• 협동 요소: 두 명씩 짝을 이루어 협력 플레이. 문제는 짝이 함께 풀어야만 점수를 받을 수 있음.

학생들은 게임을 진행하면서 도형의 특징을 자연스럽게 익히고, 친구와 소통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수학은 교과서를 넘어, 함께 만드는 놀이가 될 수 있다

수학 보드게임 만들기 활동은 단순한 놀이가 아닙니다. 이는 수학이라는 언어를 매개로 한 협력 학습이며, 창의적 문제 해결을 기반으로 한 프로젝트 활동입니다. 도형과 수의 규칙 같은 초등 수학의 핵심 내용을 실제로 적용해 보며, 학생들은 수학을 ‘배우는 대상’이 아니라 ‘활용하는 도구’로 인식하게 됩니다.

또한, 이 과정은 학습자 주도성과 친구와의 상호작용, 소통 능력, 공동 목표를 위한 협업이라는 교육적 가치를 충실히 반영합니다. 수학은 혼자 푸는 문제가 아니라, 함께 풀고 함께 만드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가정이나 학교에서는 이런 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만든 수학 보드게임은 교실의 수업 자료로, 또는 가족이 함께하는 주말 활동으로도 활용 가능합니다. 수학을 놀이로 확장시킬 때, 아이들의 사고는 교과서 너머로 자라납니다. 그리고 그 사고는 창의성과 협동의 뿌리를 내리는 좋은 밑거름이 됩니다.